"데뷔 안하길 천만다행"…'판매 1위' 미모의 女CEO 속사정 [방준식의 N잡 시대]

입력 2023-07-23 07:00   수정 2023-07-23 07:10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20살부터 아이돌 연습생으로 5년을 보냈어요. 2016년에는 프로듀스101에 나갔지만, 데뷔는 무산됐죠. 뮤지컬 무대에도 올랐는데 코로나가 덮치면서 공연 시장이 타격을 받았습니다. 정말 뭐라도 해야 했어요. 그렇게 대학 전공인 경영학을 살려보자는 생각에 창업에 도전했습니다. 처음부터 단순한 쇼핑몰이 아닌 라이브커머스를 공략했어요. 연예계 생활을 하다 보니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 낯설지 않았으니까요. 첫 방송을 하고 나니 '이거 천직이다!'라고 생각했죠. 어느새 하루 시청자가 7천~8천명씩 볼 정도로 팬들이 늘었어요. 2년 만에 전체 판매 1등을 했죠. (웃음)

걸그룹의 꿈을 품었던 101명 중 한명의 소녀.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무대에서 내려온 그는 생각했다. '내 길이 아니라면 빨리 방향을 돌릴 수 있어, 오히려 좋아'. 그길로 곧바로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에 도전한 그는 방송 카메라가 아닌 스마트폰 앞에 섰다. 작지만 그만의 단독 무대에서는 화려한 주연이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방송이 아닌 마치 팬 미팅을 하는 소통 공간으로 입소문이 났다. 3년 만에 첫 방송 때보다 매출이 수백 배로 늘었다.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에서 셀러로 활동 중인 마녀옷장 대표 한지연(28) 씨의 이야기다.

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에서 셀러로 활동하는 마녀옷장 대표 한지연(28) 입니다. 20대에 아이돌 연습생 5년을 했어요. 프로듀스101에도 나갔었죠. 이후에는 배우로 전향해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도 하고 있습니다. 라이브커머스 셀러로 활동한 지는 이제 3년이 됐네요. (웃음)"

Q. 어떻게 셀러에 도전하게 됐나요.
"저는 경영학을 전공했어요. 우연히 카페에서 캐스팅이 돼서 아이돌 연습생을 시작하게 됐죠. (웃음) 아이돌을 그만두고 배우로 활동했지만, 코로나가 덮치면서 공연계가 매우 어려워졌어요. 내 전공을 살려보자는 생각에 독립적인 쇼핑몰 운영 대신 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하여 판매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공략했죠. 연습생과 배우 생활을 하다 보니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낯선 일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떨렸지만, 첫 방송을 하고 나서 '이거 천직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죠. (웃음)"

Q. 방송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방송을 위해 잠을 하루 2~3시간밖에 못 자요. 한주 내내 아이템을 짜느라 정말 정신이 없죠. 제작제품 미팅부터 신상 패션 사입, 식품, 화장품 미팅, 고객서비스(CS)도 직접하고 있어요. 방송에는 의상 세팅과 방송 채팅 모니터 등 10명 정도 함께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Q. 어떻게 단기간에 성장하게 됐나요.
"제 얼굴을 걸고 파는 상품이니 제품에 대한 분석을 철저하게 했어요. 제품은 전부 100% 실제로 입고 사용했죠. 새로운 제품을 찾기 위해서 발이 부르틀 정도로 돌아다녔습니다. 그렇게 점점 신뢰를 쌓았어요. 협찬이 들어와도 절대로 안 했어요. 반대로 제가 좋아하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직접 연락할 정도였죠. 어느새 플랫폼에서 팔로어가 어느새 3만2000명을 돌파했습니다."


Q. 방송을 보시는 연령대가 어떻게 되나요.
"친언니가 저보다 11살이 많은 주부입니다. 육아를 하다 보니 꾸미고 싶어도 꾸밀 시간이 없죠. 집안일을 하다 보니 친구 만날 시간도 없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어요. 3040 여성들과 소통하고 하소연하고 이야기하는 장을 만들었죠. 요즘 3040은 굉장히 트렌디한 나이대입니다. 옷 스타일은 2030의 취향과 같죠. 단순히 쇼핑할 시간이 없을 뿐이에요. 트렌디하고 편하고 예쁘고 저렴한 옷을 팔았더니 통했죠. 제가 원하는 디자인이 없을 때는 만들기도 했죠."

Q.가장 히트한 제품은 무엇인가요.
"패션뿐 아니라 화장품이나 식품도 팔고 있어요. 가장 히트한 상품은 콤부차였습니다. (웃음) 콤부차 브랜드가 매우 많았지만, 저라면 더 맛있게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무조건 대기업보다 맛있게 만들려고 했죠. '가장 맛있고 가장 저렴한 제품'이라는 기본에 충실했어요. 방송 하루에만 1700박스, 일주일 만에 4000박스가 팔렸으니까요. 맛도 안 보시고 한 번에 60박스를 주문하신 분도 있어요. 신뢰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웃음)"

Q. 초기에 애로 사항이 있었나요.
"라이브커머스의 특성상 댓글이 매우 빨리 올라옵니다. 저는 그립에서 구매자분들을 팬이나, 팔로어가 아니라 '가족'이라고 불러요. 서로 얼굴은 모르지만, 아이디를 최대한 외우려고 하고, 가벼운 인사를 건네죠. 정말 아이돌 팬 미팅과 비슷한 점이 있어요. 제 적성과 잘 맞나봐요. (웃음)"

Q. 월 매출은 어느 정도 발생하시나요.
"첫해에는 판매 2등을 했어요. 작년에는 전체 1위를 했죠. 첫 방송을 하던 때보다 지금은 몇백 배로 매출이 늘었습니다."

Q. 특별히 그립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나요.
“초기에 커머스 플랫폼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는데, 그립이 가장 재밌게 방송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라이브 커머스는 홈쇼핑처럼 형식이 정해져 있어서 그대로만 방송하는 곳이 대부분인데, 그립은 정해진 형식 없이 자유롭고 편하게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곳이었죠. 친밀감을 갖고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저에게는 매력이었어요."

Q. 초기 비용은 어느 정도 들었나요.
"방송 장비 빼고는 들어가는 비용이 없어요. 제가 만약 새로 시작한다면 초기 비용을 100만원으로 잡을 것 같아요. 15만원은 장비와 전신 거울, 85만원은 동대문에서 패션 사입 비용으로 쓰겠어요. 직원도 필요 없어요. 개인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방송 장소는 내 방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무슨 일이든 어렵게 생각하면 시작도 못 해요. 혹여나 방송에 사람이 없을까 고민이 크겠지만, 그거 무서워서 못 하면 아무것도 못 합니다. 라이브커머스가 힘들다고 해도 회사에 입사하는 것보다는 쉽다고 생각해요. 초기 자금 100만원도 없다면, 옷 5벌만 사서 시작하세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이일이 나한테 맞는지 안 맞는지를 봐야 하거든요. 라이브커머스 일을 하다 보면 반은 일반인, 반은 연예인이 됩니다. 감당할 수 없는 성격은 안 하는 게 맞습니다. 중간에 그만두면 됩니다. 어차피 100만원으로 시작한 일이잖아요. 리스크가 적은 것이 장점이죠."


Q. 침체기가 왔던 적은 없었나요.
"저의 라이브커머스 실적은 항상 우상향이었어요. 항상 신상품을 찾고, 고객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죠. 계절이 바뀔 때는 살짝 주춤하기도 해요. 그때는 다른 제품을 찾거나 패션이 아닌 화장품으로 종목을 바꿔요. 그래도 안 되면 휴가를 떠나 재충전합니다. (웃음)"

Q.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첫 방송을 찾아 주신 고객이 지금도 제 방송을 봐주고 계세요. 뮤지컬도 보러 오시죠. 그분이 아니었다면 아마 방송을 계속하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서툰 저에게 '잘하고 있다'는 격려가 큰 힘이 됐죠. 무대마다 화환과 떡을 보내주시는 분도 계세요. 채팅을 관리해주시는 분도 계시죠. 아무런 대가 없이 그저 팬심 하나로 자신의 시간을 써주고 계세요. 진심이 통한 것 같아요. 가식적인 모습은 3년을 못 갑니다. 제 방송에서 '콤부차 마시면 살 빠져요?'라는 질문에 저는 단호하게 '이거 먹는다고 살 안 빠진다, 고민되면 사지 말라'고 말해요. 당장 1만원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고민되는 제품을 살 경우 택배를 받기 전까지 받는 스트레스가 100만원어치라고 생각해요. 그런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진실한 제품을 팔고 꾸준히 가는 관계가 되려고 노력하죠."

Q. 완판을 위한 자신만의 라이브 방송 노하우가 있나요.
"제품마다 항상 정해진 수량이 있습니다. 모든 방송이 항상 한정 수량이죠. 품목별로 100장씩, 제작 의류 경우 1000장을 만들어요. 선착순에 들지 못하면 살 수 없죠. '이번에 못 사면 다음에 꼭 사야지'라고 생각하시게끔 만듭니다. 일반 홈쇼핑과 달리 라이브 커머스는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에요. 즉각적인 피드백이 강점이죠. 무슨 옷 색깔이 있는지 채팅하면 바로 제가 대답을 해드려요. 방송만을 보러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한 번도 옷을 사지는 않았지만, 저랑 이야기하고 싶어 찾으시죠. 우울증 극복도 하셨다고 사연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단순 판매를 넘어 오늘도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 저의 방송 목표가 됐죠. (웃음)"

Q. 제2 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점을 추천하시나요.
"많은 분이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 관심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제 친구들도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속으로는 다들 꿈을 꾸죠. 처음에는 부업으로 시작해도 됩니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도 집에서 큰돈 안들이고 시작을 할 수 있어요. 옷이 아니라 과일, 반찬, 핸드메이드 공예품 등 자신이 잘하는 것을 팔면 됩니다."

Q. 주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아이돌 데뷔가 무산됐지만, 좌절은 안 했어요.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엔터 사람들은 지금 저를 보고 '너 데뷔 안 하길 잘했다'고 말을 하기도 하죠. 데뷔해도 정산을 못 받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마음 아팠던 것은 연습생 이후 좌절하고 있는 모습을 담으려는 매스컴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서 데뷔가 무산됐다면, 빨리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면 됩니다. 방송이 아니라 끼를 살릴 수 있는 길이 너무 많아요. 저는 방송 카메라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지만, 방송을 켤 때마다 7천~8천명씩 봐주시거든요. 달라진 것은 없어요.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좋아'라는 마인드로 매 순간 도전하고 있습니다. (웃음)"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아이돌 연습생도 했지만 정말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저 뭐든 열심히 하면 잘되는 것 같아요. 단지 시기의 차이입니다. 노력에는 항상 대가가 있어요. 방송만 보시는 분들은 '참 쉽게 돈 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방송 밖에서는 2~3시간도 못 자거든요. 수액도 맞아요. 그런 과정은 보여지지 않죠. 누구의 삶도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세상에 쉽게 돈 버는 길은 없으니까요. 지금도 수많은 아이돌 연습생분들이 계세요. 앞으로 조금 과한 표현으로 하나의 롤모델이나 길을 제시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웃음)"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N잡 뿐만 아니라 NEW잡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N잡 시대>는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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